쌉쌀하고 담백한 맛, 데친 엄나무순으로 차린 자연밥상! - 강병구의 증권맨이 가꾸는 주말농장
쌉쌀하고 담백한 맛, 데친 엄나무순으로 차린 자연밥상! -
강병구의 증권맨이 가꾸는 주말농장
기상청에서 일요일부터 비를 예보하고 있었다.
토요일 회사 행사 마치면 늦을 테니 이번 주는 텃밭 둘러볼 시간이 없을 듯했지만, 생각보다 귀가 시간이 빨랐다. 해 지기까지는 아직 두세 시간이나 남았다.
친구에게서 얻어 심은 잔대가 제법 잘 자라고 있다.
여성에게 좋고, 이른 봄 새싹을 나물해 먹는다고 하는데 올해는 패스. 2-300개의 뿌리 심은 것 중 살아 남은 애들은 몇 안 되지만 그래도 일부라도 저렇게 잘 자라 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잠깐만 둘러 보고 온다는 게 설설 욕심이 생긴다.
지난 겨울과 올 봄에 심은 과실수 중 싹을 틔운 애들과 못 틔운 애들을 보면서, 농사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왼쪽 사진은 접붙인 묘목을 사서 심은 토종 보리수 나무, 오른쪽 사진은 몇 해 전에 심은 나무에서 난 가지를 잘라서 내가 꺾꽂이 한 왕보리수 나무다. 둘 다 보리수 나무이긴 해도 토종은 늦가을에 열매를 딸 수 있는데 비해 왕보리수는 6월이면 수확이 가능하니 달라도 너무 다르다.
왕보리수 열매 따기 체험 갔다가 얻어 마신 막걸리에 막 끌려서 왕보리수 나무를 심고 맛있다고 따 먹고 있던 중, 토종 보리수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구해 심은 지 첫 해다. 왕보리수는 이제 삽수로 모종 만드는 방법까지 알아가고 있지만, 토종보리수는 작년 겨울에 심어서 올 겨울을 지나 내년 가을 즈음 수확을 해봐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처음 심은 참다래, 체리, 살구 같은 과실수가 잘 자라면 2-3년 후에는 맛을 볼 수 있을까?
5년째 심기만하고 수확이라는 걸 못하는 작물도 있으니 꼭 수확이 안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계절의 변화는 사춘기 소년이 첫사랑 여인을 만나는 듯한 설렘을 주곤 한다.
있는 줄도 몰랐던 엄나무.
새순은 시기를 놓쳐 버리면 먹기 어렵다고 해서 얘들 보러 늦은 오후 시골 나들이를 했는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온 보람이 있다.
똑같아 보이면서도 다르다.
몰랐는데, 저 순을 다 따버리면 나무가 말라 죽는다고 한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확 다 훑어 왔을 건데, 다행히 한 나무에 한 잎씩만 땄다.
둘째가 빨리 집에 가자고 하는 바람에 맛만 볼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적은 양 밖에 못 땄다. 집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엄나무는 독성이 없어 요새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가지 밑둥이 제법 두꺼워질 때까지 우리 밭에 있는 줄도 몰랐다…
생활 속에서 좋은 주식 종목을 찾을 수 있다고 고객들께 자주 말하곤 하는데, 정말 등잔 밑이 어둡다. 내 밭둑에 있는 줄도 모르고 작년에는 '야생 엄나무 찾아 삼만리'를 했었다.
가지 끝 부분만 땄다. 사실 약 안 치는 곳에 있어 그냥 먹어도 되지만 깨끗이 씻었다.
살짝 데쳐 먹으면 된다는데, 사실 이런 말이 무지 어려운 말이다. '적당량, 적당한 시간…'
처음 도전하는 엄나무순 데치기!
사진 속 노란 양은 냄비는 라면 끓이는 전용 냄비다. 라면 끓이기 보다 쉬운 자연 밥상.
정해진 시간이 없으니 눈대중으로 끓는 물에 담갔다가 꺼낸다.
그냥 한 입 먹었더니 쓴 맛만 난다.
물컹하지 않게 나물 맛은 살아있다. 하지만 2% 부족한 건 뭘까?
다시 인터넷 검색, 인터넷 없을 땐 어떻게 살았지!?
초고추장을 살짝 넣어 주니 새콤 쌉쌀한 맛이 반찬으로도 좋다.
딸 수 있는 순이 많이 남았는데, 이것이 주말 농부의 한계다.
다음주에 따도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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