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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와 분산투자 - 강병구의 증권맨이 가꾸는 주말농장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8. 5. 08:00

농한기와 분산투자 - 강병구의 증권맨이 가꾸는 주말농장



봄에 씨 뿌리고

6월까지 모심고 봄 수확이 끝난 7월은 농한기에 가깝다.




벼농사만 하던 시절에는 농한기가 많았다.

논 농사만 생각한다면 벼가 자라는 시기에 한가하겠지만, 밭은 논과 사정이 좀 다르다.

감자는 수확했지만, 함께 심은 초석잠은 아직 자라는 중이라 경쟁이 심하다.

그냥 두면 풀만 살아 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땅이 가물면 못 자랄까 걱정이지만,

장마철엔 풀이 너무 자라서 정작 심고 가꾸는 작물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 되지만, 보리수 삽목 실험을 하고 있다.

절반의 성공이다.



나무 막대기만 보이는 건, 산초라는 나뭇가지를 삽목 해 실패한 결과물이다.

어느 날, 어떤 조경수가 잘만 하면 큰 돈이 될 거라고 해서 의욕적으로 심었는데,

한 3년 지나니 다 죽어버렸다. 그 후, 이렇게 스스로 실험하면서 바닥부터 배우고 있다.


잘 아는 지인들은 몇 년째 주말마다 농장에 가서 열심히 뭔가 하는 것 같아 보이니

좀 나눠 먹자고 한다.


미안하지만, 이런 짓을 하고 있어 먹을 건 별로 없다.

자기 만족일까?



주식, 금융 상품 투자로 낭패 보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조경수를 심어 실패한 내 얘기와 많이 비슷하다.

정말 한방을 노려 거금을 투자하시는 분들이 많다.


몇 년 전에 내가 몇 억 원 들여 조경수를 심었다고 하면 그건 분명히 투기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어떤 영역이든 투기는 존재한다.


주식이나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누가 좋다 하는 말만 믿고,

자신의 재정 상태를 벗어난 투자로 일반적인 기대 이상을 노린다면,

그건 투기다.



농장에 주 작물로 재배하고 싶은 건 얘다.

삽목했다가 다 죽인 산초.


비싼 묘목은 사다 심었더니 어느 해 봄, 꽃샘 추위에 새순이 다 얼어 죽었다가

아래에서 다시 나는 걸 보았다.


그 후, 쉽지 않은 품목이라 생각해 오랜 시간 배울 준비를 하고 있다.



농사는 봄에 심어 초여름에 수확하는 농사도 있고, 가을에 수확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을 기다려야 열매를 맛보는 경우도 많다.


보리수도 기관지에 좋고, 산초도 기관지에 좋지만,

보리수는 여름에 수확하고(토종보리수는 늦가을이다), 산초는 가을에 수확한다.


가을에 수확할 산초가 생각대로 잘 안되어, 올해는 가을 수확용으로 국화를 심어 봤다.

꽃잎으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감국이다.



주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침에 샀는데 사자마자 오르기 시작해서 바로 수익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요행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의 수익구조를 잘 알고 증권시장의 환경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투자 기간이나 비중을 조절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작정 친구가 좋다고 하더라는 식의 투자로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꾸준한 수익률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귀농 컨설팅 하시는 분들께도 자주 들을 수 있다.

한 철 수확만 하고 마는 농가는, 나머지 기간에 노동력 낭비가 생기면서

그 수확 철에는 일손 부족도 겪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 계절별로 분산해 파종하고 수확할 수 있는,

사계절 농업을 조언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같은 원리로 금융상품이나 주식의 포트폴리오를 바라보면 좋겠다.


한 상품, 한 종목에만 투자하는 경우는 농한기를 맞는 논농사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분산투자는 사계절 농업이다. 사시사철 수확할 수 있는 구조가 분산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