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건축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건축이란?
*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것들 속에서 짓는 것, 그것에 대한 고민과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것.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식으로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
– 건축가 오영욱 (오기사 디자인)
* 인간과 도시환경, 자연과 도시환경 사이를 엮어주는 매개체.
- 건축가 고기웅 (고기웅 건축사사무소)
* 자기신체의 확장. 피부가 있고, 옷이 두 번째 피부라고 하면 세 번째 피부가 건축공간이다.
공간 안에 있으면 자기가 보호받는 영역 안에 있는 것.
건물의 외피들이 결국 도시의 하나의 피부가 되는 것 같다.
– 건축가 하태석 (SCALE)
* 사회와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 조재모 교수 (경북대학교)
*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드는 일. 기억 등 무형적일 수도 있고, 물성의 재료일수도 있다.
의미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사회가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 김일현 교수 (경희대학교)
*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한 침묵의 증언자
– 서현 교수 (한양대학교)
건축을 몸에 담고 있는 이들이 정의하는 '건축이란'에 대한 대답인데요. ^^
사전에서 말하는 건축의 의미는 '집이나 성, 다리 따위의 구조물을 그 목적에 따라 설계하여 흙이나 나무, 돌, 벽돌, 쇠 따위를 써서 세우거나 쌓아 만드는 일' 이라고 해요. ^^
개념자체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이지만 건축에 대한 시각을 좀 더 넓게 공간과 생활, 도시 등 생활적인 관점에서 보고, 이해하고 싶어서 건축이라는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
마음에 안 드는 물건은 버리면 그만이고, 보기 싫은 사람이면 안보면 그만인데 건축물은 안보고 싶다고 버릴 수도 없고, 그 길을 꼭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싫어도 접하게 되죠. ^^;;
우리가 사는 집과 사무실, 음식점, 영화관, 테마파크 등. 모든 시설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공간 자체도 또 하나의 건축물에 속해 있고요. ^^
오늘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한 명의 건축가. 그가 만든 건축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해요. ^^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 혹시 아시나요?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올 다큐멘터리 영화 가운데 꽤 멋진 흥행성적을 보였던 한 건축가의 이야기에요.
정기용 건축가
영화는 그가 가진 건축에 대한 생각과 그의 삶을 담고 있어요.
정기용(1945-2011) 건축가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건축을 공부했어요.
'무주공공건축 프로젝트'와 '기적의 도서관'으로 잘 알려진 그는 어린이 같은 천진무구한 낭만성도 지니고 있는 건축가랍니다.
영화 내에서는 우리나라의 유명 건축가와 교수님들의 인터뷰도 볼 수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승효상, 김봉렬, 이종건, 그리고 이번 서울시청 신청사를 설계한 유걸 님의 코멘트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정기용 건축가는 어떤 지역의 기후, 역사, 문화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풍토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개별 단위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건축이나 도시를 이해하는 풍경의 결합을 늘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
이런 철학으로 그가 한 대표작으로는 계원조형예술대학, 동숭동 무애빌딩, 무주 공공 프로젝트, 어린이 도서관(순천, 제주, 서귀포, 진해, 정읍, 김해), 파주 출판 도시 내에 있는 은하출판사와 열림원 등이 있어요.
아,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와 추모의 집도 그의 작품이랍니다. ^^
1996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동안 전북 무주군에서 4개의 면사무소(주민자치센터)와 공설운동장, 납골당, 버스정류장 등 30여 개의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한국 건축계에서 한 명의 건축가가 하나의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건축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랜 시간을 들인 우리 건축계의 업적이에요! ^^
안성면사무소 설계를 앞두고 그는 주민들을 먼저 만났습니다.
정기용: 안성면사무소 지으려고 하는데 무슨 기능이 들어가면 좋겠습니까. 기능이.
주민: 짓지 마라. 왜 돈을 들여가며 짓나. 짓지 마라.
정기용: 그래도 뭐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주민: 없다. 짓지 마라.
정기용: 그래도 짓는다면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주민: 해줄 것이여?
정기용: 해드리겠습니다.
주민: 목욕탕이나 지어줘.
정기용: 네? 목욕 안 하십니까?
주민: 목욕하지. 집에서 쫄쫄 나오는 물로는 목욕을 할 수가 없어.
주민들이 일년에 몇 번 봉고차 빌려서 목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미어진 정기용 건축가는 안성면사무소에 목욕탕을 지어줍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면사무소지요. ^^
<말하는 건축가> 다큐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기용은 일민 미술관의 전시 제안을 받고, 전력을 다해 전시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아쉽게도 저는 그 전시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2010.11.12~2011.11.30 '감응: 정기용 건축'으로 열린 광화문 일민 미술관의 건축 전이었어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국내 사립 미술관에서 건축가 개인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는 일민 미술관의 '감응'전이 처음이라고 해요.
앞으로도 더 많은 건축전이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현재 일민 미술관에서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광고와 미술에 관한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두 점의 정기용 건축가의 스케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
책 읽는 사회 문화재단의 주최로, 지난 6월 정기용건축가가 참여한 순천과 정읍의 기적의 도서관과
김제의 지평선중고등학교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요.
운이 좋게도 그 답사에 참여하게 되었답니다.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기용건축 김병옥 소장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그 숨결을 느낄 수 있었어요.
김병옥 소장님은 정기용 선생님과 삼십 여 년 정도 함께 했다고 하니 왠지 마음이 찡해집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영화 <건축학개론> 등 최근 건축가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김도진과 승민이 참으로 훈훈하지 않나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훈훈했다면 이제 우리들의 훈훈함을 뿜어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건축을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선.
어쩌면 다양한 공간 속에서 행복한 기억이 풍성하게 자라날지도 모르니까요. ^^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좋은 건축, 좋은 장소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과 교감이며 기억이다" - 정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