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그 이후를 대비하자
한 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지만 참 쉴 새 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또한, 국고가 7월이면 바닥을 드러낼 거라 했고
6월 중 스페인은 신용 등급이 3단계나 강등됐죠.
자연히 불안 심리는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위기를 실감하자 시장은 서서히 위기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글 이선정(KRX 매거진 편집장)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 중국이 문제 해결을 지연할 경우
2013년에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퍼펙트 스톰은 경제 위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는 것을 의미하죠.
미국 경제는 더블딥 리세션에 빠져들고
유럽은 무질서한 디폴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전언입니다.
불안감에 떨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출이 최근 3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대기업들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닌 '상저하저(上低下低)'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스는 7월 중에 정부 곳간이 바닥날 정도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위기가 안정된다고 해서 모든 사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죠.
노자 도덕경의 '극즉반(極卽反)'의 이치는 세계 경제에도 적용됩니다.
극점에 이르면 반드시 돌아온다는 의미로 정점을 치면 내려오고
바닥을 치면 언젠가는 오르게 돼 있다는 말이죠.
경착륙 우려가 불거졌던 중국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6월 중 금리를 인하했고 중국 중앙은행이 금융권 기준 금리인
1년 만기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 포인트 인하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연방준비제도가 경기부양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어요.
유럽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범유럽 예금 보장 조치 발효, 국채매입 프로그램(SMP) 재개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경제 지표들도 현재는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은 2006년 이후 평균값이 약 9.7배이며
복합선행지수(CLI·Composite Leading Indicators)도 반등 추세에 있습니다.
CLI는 성장 순환에서 언제 전환점이 찾아올지 알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에요.
<CLI 지수>
또한, 시장은 남들보다 한발 앞서 위기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 이후를 대비할 투자 전략의 포인트를 짚어야 한다는 것이 증권 업계의 시각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위기 이후 투자 포인트는
낙폭과대주, 외국인 순매수 종목, 그리고 세계 소비를 지탱하는 중국 내수주 등 3가지죠.
우선 단기적으로 낙폭과대주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
증시 전문가들이 현재 낙폭과대주로 꼽고 있는 종목은 조선, 증권, 화학, 유통주 등으로
이들 업종은 대부분 지난 3월 대비 약 10%에서 최대 30%까지 급락한 상태입니다.
큰 방향성을 읽으려면 외국인 순매수 종목을 보라는 조언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시장이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는 외국인의 매매가 시장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지난 6월 2일부터 8일까지 외국인순매수 금액이
가장 컸던 종목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엔씨소프트, 현대위아, 삼성물산, 우리금융,
대림산업, 삼성중공업, 호텔 신라, s-oil, 고려아연 등이 상위에 랭크 돼 있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자동차 관련주의 꾸준한 매집 현상을 읽을 수 있어요.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던 5월에도
국내 시장에서 자동차 관련 주를 6,000억원 가까이 사들였습니다.
매수 종목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기아차, 현대위아, 만도, 현대차2우B,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등도 포함되죠.
6월 중순부터는 IT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드러나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는 양상을 띠기도 했는데
향후 실적기대감에 대한 판단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입니다.
소비의 증가가 예상되는 중국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증시 흐름 회복 이후 관심 가질만한 실적 종목입니다.
한 증권사는 중국 GDP가 10년 이상 7% 성장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국 증시는 10년간 4~5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오리온이나 아모레퍼시픽,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등은
중국 내수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죠.
그러나 여기에는 모두 단서와 조건이 존재 합니다.
국제공조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중국 경기가 살아나고, 미국 실업률이 회복된다면 말이죠.
증시 전문가들은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회복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루비니 교수의 경고 역시 2013년까지 유효하니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죠.
확고부동한 사실은 지금 도처가 지뢰밭임에도
이 길을 지나가야만 한다는 명제뿐입니다.
출처: 본 내용은 대신그룹 사보 <대신愛가득> July + August호의 Daishin family l <금융 트렌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