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설에는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많은데요. 현재의 제사문화를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지냈을까요? 왕이 제사를 지냈다는 그곳 종묘를 찾아가봤습니다.
종묘는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러 번 와봤을 법한 곳인데요.
이곳은 건축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국가 최고의 사당이에요.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은 정전과 영녕전인데 우선 정전에 대해서 볼까 해요.
창건할 당시 5칸에 불과하였으나 정전에 모시는 왕의 신주가 늘어남에 따라
배향 공신들의 위패도 늘어나 지금과 같이 83위를 모신 16칸의 긴 건물로 되어있어요.
정전의 월대 아래 동쪽에는 공신당이, 서쪽에는 칠사당이 있어요.
공신당은 정전에 모신 역대 왕들의 공신들 위패를 모신 사당이고,
칠사당은 토속 신앙과 유교 사상이 합쳐진 사당이에요.
아무 탈 없이 잘 풀리도록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운행과 관계되는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어요.
정전 서남쪽 담장 밖에는 제례악을 준비하는 악공청이 있는데,
악공청은 종묘제례 때 음악을 담당하는 악공들이
악기를 준비하고 기다리며 연습도 하던 건물이에요.
제사 때 이용하던 우물인데요. 우물 전체를 볼 수 없고,
사고를 우려해 흰 플라스틱으로 막아놓았어요.
얼굴만큼 뚫린 구멍 사이로 우물을 보았는데 높이가 5m가량은 돼 보여 조금 으스스했답니다.
옛날에는 우물의 의미가 기후를 알아보는 척도로도 쓰여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선 왕조와 관련된 책이나 드라마에서 "종묘사직을 보존하고 …"
또는 "종사를 어떻게 하려고…" 와 같은 표현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종사는 종묘와 사직을 합친 말로 조선시대에 국가의 근본이 되는 것이라고 해요.
다음은 영녕전인데요.
1421년(세종3)에 정종의 신주를 정전에 모시며 정전의 신실이 부족하자
정전에 모시고 있던 신주를 다른 곳에 옮겨 모시기 위해 새로 지은 별묘에요.
그 이름은 '왕실의 조상과 자손이 함께 길이 평안하라'는 뜻을 담고 있어요.
영녕전은 신주를 정전에서 옮겨 왔다는 뜻에서 조묘라고도 합니다.
시설과 공간 형식은 정전 일원과 유사하지만
정전보다 규모가 작고 좀 더 친근감 있게 지어졌어요.
가운데 4칸은 태조의 4대 조상인 목조, 익조, 도조, 환조와 비를 모신 곳으로
다른 협실보다 지붕이 높아요. 좌우 협실 각각 6칸에는 정전에서 옮겨 온
왕과 왕비 및 추존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있어요.
이곳은 진사청. 제사음식을 준비하는 곳이에요. 출입은 불가능.
연휴 전날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없고, 일본인 관광객 둘과 저뿐이었어요.
설 연휴에는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이고, 일요일에는 무료 관람이에요.
유교 세계관을 반영한 시설물들이 바로 이곳 종묘인데요.
외대문에서 곧게 뻗어 있는 길에는 거친 돌을 깔았어요.
이는 왕을 포함해 제사에 참여한 제관들이 경박하게 빨리 걸어가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일부러 거친 돌을 깔아 몸가짐을 조심하게 한 것이지요.
정전과 영녕전의 지붕 용마루, 처마, 기단, 담의 높이를 유심히 보면
모두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지붕과 기단의 높이는 싡실 – 협실 – 월랑 순으로 낮아지고
기둥의 굵기와 높이도 같은 순서로 가늘어지고 낮아진다고 해요.
이러한 건축 형식은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유교의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에요.
조선시대에는 건물을 지을 때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풍수를 중시했어요.
종묘는 응봉 자락을 따라 흐르는 산줄기의 지맥에
창덕궁과 창경궁을 거쳐 흘러들어온 곳에 자리 잡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의 종묘와 창경궁 사이에는 도로가 동서 방향으로 나 있어 두 곳을 가르고 있어요.
일제강점기 때 광화문에서 이화동으로 통하는 도로(현재의 율곡로)를 내어
종묘로 들어오는 지맥을 끊어버린 것이에요.
다행히 율곡로를 덮고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복원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한국의 종묘는 건물과 더불어 제례와 제례악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요.
이러한 이유로 종묘는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은 2001년에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었어요.
주말에 종로에 나오실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보시는 것 추천해 드려요.
옛 조상들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그리고 정전의 위엄에 압도됨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좋은 체험이 될 것이랍니다.
Tip!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이용안내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 157 (우110-400) 종로3가역 도보 5분 거리 (1호선 11번 출구)
관람시간 : 시간관람제로 운영. 문화재해설사와 함께하는 관람으로 운영 중이다
- 매주 화요일은 휴관
- 매주 토요일은 자유관람일
- 이용요금 1,000원 (만 19세 ~ 64세 대상)
- 홈페이지 : jm.cha.go.kr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관련 글
>> 조선말 왕실문화를 거닐다 운현궁 -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 오래된 흔적 정독도서관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잊혀져가는 동네의 옛이야기 성북동 2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잊혀져가는 동네의 옛이야기 성북동 1 -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 대한민국의 역사가 숨쉬는 곳 탑골공원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지식을 품은 또 하나의 세상, 한성대학교 미래관 -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 지식과 문화를 교류하는 공간, 그린팩토리 라이브러리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두 손 모은 손, 경동교회 -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 대원각이 절로 탄생하다_길상사 이야기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종교건축,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 이야기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전주 한옥마을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일본 도쿄, 에도도쿄 건조물원 2탄 (센터존, 동쪽존)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일본 도쿄, 에도도쿄 건조물원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건축가와 함께한 토요일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 한국의 전통건축, 한옥 - 건축학개론 건축학개론
>> 감응의 건축 - 신정은의 건축학개론
'대신 필진 칼럼 > 여행/캠핑/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워서플라이즈 자작기 - 김강석의 RC와 캠핑정복 (0) | 2013.03.11 |
---|---|
서래마을 맛집 추천, 화덕피자, 레드브릭(Redbrick) - 권은영의 맛집 멋집 (0) | 2013.03.07 |
생활 속 락크라울링을 즐기다 - 김강석의 RC와 캠핑정복 (0) | 2013.03.04 |
합정동 맛집 가래떡 떡볶이, 요가래 - 권은영의 맛집멋집 (0) | 2013.02.28 |
조선말 왕실문화를 거닐다 운현궁 -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0) | 2013.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