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 자리잡은 길상사,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길음동에 사는 저는 주말마다 성북동을 오가면서도 이 길상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지 못했었어요.
건축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답사를 가게 되었는데 계절마다 체감하는 길상사의 모습은 끝없이 변신하는 여느 여인네 같았습니다.
이곳이 바로 요정이었던 '대원각'이었기 때문일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곳은 부촌인 성북동에 자리잡은 요정이었습니다. 이곳이 절이 된 데에는 7천 평에 이르는 드넓은 땅과 숲 속의 40동 건물을 모두 헌납한 길상화 김영한 님 덕분이라고 합니다.
일주문이란 사찰에 들어갈 때 가장 먼저 통과하는 문이에요. 최소한 네 개의 기둥이 서야 일정한 면적을 가지는 건물이 이루어지지만 안팎이 없는 두 개의 기둥만으로 세워진 문이어서 일주문이라 불리우지요. 자타, 안팎, 옳고 그름이 둘이 아니며 모든 세계가 한 마음에서 벌어진 일심법계라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이 문을 들어서면 사바세계에서 피인인 열반의 세계로 또, 속세에서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1987년 2월 길상화 김영한 님(대원각 주인)께서 법정스님께 이곳을 청정한 불도량으로 만들어주기를 청하여 1995년 이 뜻이 통하여 대한불교 조계종 송광사 말사 '대법사'로 등록되었습니다. 1997년에는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로 이름이 바뀌었지요.
지난해 처음으로 길상사를 찾았을 무렵 첫 길상사에 대한 만남은 음습한 음지의 기운이었습니다. 경사진 산속에 군데군데 자리잡은 건물들, 졸졸 흐르는 계곡, 뭔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것이 묵언과 수행으로 이루어진 기운임을 알아차리고 말았지요. 왜 이곳이 불교수행자가 아닌 사람들에게까지도 사랑 받는지 알게 되었어요. 한 바퀴를 휘휘 돌고 나면 제 마음이 정화되는 기운을 느꼈으니 말입니다.
특이하다고 느끼신 점 없으신가요? 불교사찰이지만 천주교 풍의 석상. 바로 이 관세음보살상을 만든 조각가 최종태님이 바로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입니다. 길상사 개산 당시 봉안한 석상이지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종교간 화해의 염원이 담겼다고 합니다.
이곳은 극락전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을 봉안한 길상사의 본법당. 다른 절에서는 아미타전, 미타전, 무량수전으로 불리기도 해요. 아미타불은 특히 정토신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모시는 주불로 무량수불 혹은 무량광불이라고도 합니다.
불단의 탱화는 불모 김의식이 그렸는데, 탱화안에서도 아미타불이 주존이며, 양쪽으로 대세지보살, 관세음보살 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무식하게 후레쉬를 터트려 가며 찍은 사진이랍니다. 한 장 찍었더니 기도하시는 분들께 너무 방해가 돼서 그만. 저도 기도했답니다. 죄송하다고.
지장보살님 주존을 모시고 있는 전각이에요.
이곳 위에서 보면 성북동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부촌인 성북동의 여유로운 풍경. 마음까지 풍성하게 해주는 눈요기였답니다. 2층은 도서관으로 각종 불교서적들이 비치되어 있고, 읽거나 토론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1층은 선열당이라는 곳으로 스님과 불자들의 공양간입니다. 선열잔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으며 그 둘레에서 야외명상 또는 수련이 이루어지기도 한답니다.
때마침 식사시간이었는데 먹고 싶었으나 죄송하여 먹지 못했어요.
공양도 안 하면서 먹는 게 부끄러워서. 하지만 다음엔 꼭 먹어보리라 다짐하면서 이번에는 침만 꼴깍
늦가을의 길상사의 풍경이에요. 건축도면이라던가 여러 가지 정보를 사무실에 여쭤봤으나 정보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팜플렛으로 나눠준 자료만 씁쓸히 들고 나왔으나 건축을 느끼는 것이 취지였으니 어느 정도 답사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요.
범종은 땅 위와 하늘세계를 울려 인간과 천신을 제도하며,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법고는 땅 위의 축생을 제도하며, 물고기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목어는 수중의 중생을 제도하며, 구름문양이 새겨진 운판은 허공을 나는 새 등의 축생을 제도한다는 뜻을 각각 담고 있어요.
길상사 본전 뒤편. 옛날 요정으로 쓰던 건물들은 지금은 스님들의 주거하는 암자로 사용하고 있어요. 암자 앞에는 물이 흐르는데 그 물소리를 들으며 기도하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출입이 제한돼서 내부는 볼 수 없었지만 '묵언'이라는 글자들이 여기저기 붙어있어 발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답니다.
걸어 다니는 동안 곳곳에 설치된 스키퍼를 통해 스님의 말씀내용이 흘러나왔는데요. 여러 이야기 중 제가 들은 이야기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돌아오니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식적인 이야기면서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길상사에 종종 가면서 제가 숨겨둔 저만의 공간이 있답니다. 대부분의 공간이 한산하지만 이곳은 좀처럼 꼼꼼하게 다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장소랍니다.
소박하지요? 소박하지만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벅찬 마음이랍니다. 지대가 높아서 성북동의 드넓은 풍경이 보인답니다.
한참 책을 읽다 내려왔어요.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혼자만 알고 싶은 공간이랄까요.
이곳이 어디인지는 길상사에 가시게 되면 한번 찾아보세요. 아~ 이런 거구나 하실 거에요.
저는 어떤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신자들이 두 손 모으는 그 마음들을 존경해요. 어떠한 마음 가짐이던지 그 공간을 이루고 있는 건축과 그 주변의 풍경들이 그 기도의 마음을 소중히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건축들이 좋은 건축이겠지요? 사람의 시간을 만드는 건축.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온 길상사 이야기였어요. 착하게 살면 복이 오겠지요?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관련 글
'대신 필진 칼럼 > 여행/캠핑/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손 모은 손, 경동교회 - 신정은의 건축학 개론 (0) | 2012.12.21 |
---|---|
생활 속 RC를 즐기자! 가족과 함께 즐기는 RC, 왜관카트경기장 - 김강석의 RC와 캠핑정복 (0) | 2012.12.18 |
초보를 위한 RC엔진 길들이기 - 김강석의 RC와 캠핑정복 (0) | 2012.12.11 |
나의 캠핑 스타일 - 김강석의 RC와 캠핑정복 (0) | 2012.12.06 |
텐트와 타프 알아야 쉽게 선택한다 - 김강석의 RC와 캠핑정복 (0) | 2012.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