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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필진 칼럼/여행/캠핑/맛집

조금 특별한 마을 이야기 : 벽화마을 & 간판마을

대전 대동 '벽화마을' & 전북 진안군 백운면 '간판마을'

 

화려한 네온 사인, 깔끔하게 정렬된 보도블록, 경쟁하듯 치솟은 아파트.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 진 '도시'라는 마을. 자로 잰 듯한 그 모습은 단정해 보이지만 때론 매우 삭막해 보입니다. 조금은 불편해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마을이 그립지 않으세요? 작은 변화 하나로 포근한 모습을 만든 두 마을을 소개합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그 곳으로 함께 가보시죠^^

 

 

골목길 곳곳에 피어난 정취 <대전 대동 '벽화마을'>

 

글 이선영 / 박민경

 

 

 

대전역에서 대동오거리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왼쪽 산 능선에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이 보입니다. 대전 동구 대동 산 1번지. 대전의 대표적인 달동네로 불리는 그 곳. 대전 대동벽화마을은 좁은 골목길과 가파른 계단을 지나야만 다다를 수 있는 대동종합사회복지관 인근 동네입니다.

 

동네의 모습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골목이 있고, 집과 집 사이가 가깝고 딱 필요한 만큼의 공간으로 지어진 마을 풍경이 있습니다. 방과 후 동네 어귀에서 만나 골목에서 구슬치기, 오징어놀이, 고무줄놀이를 즐기던 마을 풍경이 그대로 있습니다. 다른 모든 곳이 도시개발로 변했지만 이 마을만큼은 그대로입니다.

 

 

 

딱 하나 변한 것이 있다며 동네 초입에 '아트인 시티 2007 대전 대동 공공미술 프로젝트 새야 새야 파랑새야'라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있다는 것입니다. 대동은 2007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문화관광부가 지역생활문화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아트인 시티 2007' 사업 공모에 오늘공공미술연구소가 참여해 프로젝트를 주도했죠. 동네 한가운데 버려져 있던 작은 공원에는 꽃밭이 만들어졌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설치됐어요. 잿빛 일색으로 삭막하던 골목길은 화사한 노란색으로 칠해지고 갖가지 꽃 그림과 새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30여 명의 지역 작가들이 참여해 도왔어요.

 

이후 대전시가 추진한 '무지개 프로젝트'도 대동의 모습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대전시는 기존 주택과 상가 건물은 그대로 놔둔 채 진입로와 언덕길 등 주거환경을 깨끗하게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렇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칸에 부엌 한 칸인 집들이 대부분이고 골목은 좁디 좁아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거리지만 마을은 참 깨끗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집 앞뿐만 아니라 골목 사이사이를 쓸고 계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기에 아끼는 마음이 큰 까닭일 것입니다.

 

복지관 2길을 걷다 보니 골목 전체가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진 곳이 나왔습니다. 그 색감이 너무 화사해 눈이 부실 지경이었어요. 벽에는 파스텔 톤의 꽃 그림이 수놓아져 있고 큰길인 복지관 3길 이곳 저곳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어느 것이 창문이고 어느 것이 로봇인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죠.

 

그리고 대동복지관 앞에는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재미있는 조형물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골목을 거닐며 벽화와 조형물을 감사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어요.

 

 

 

조금 더 길을 따라 언덕 끝까지 올라가니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하늘공원이 나왔습니다. 대전 시내를 바라보며 학교도 찾아보고, 친구들과 자주 가던 아지트도 찾아보았어요. 잊고 지냈던 것 중에 소중한 기억을 꺼내어 보게 만들어준 벽화마을. 평범한 일상을 통해 우리 주변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이 마을에게 감사합니다.

 

 

간판, 이름 그 이상의 이야기 <전북 진안군 백운면 '간판마을'>

 

글/사진 천재강

 

 

 

찾아보면 예쁜 간판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간판마을로 불리지는 않습니다. 또한 간판이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시골 마을까지 찾지는 않습니다. 간판에 담긴 또 하나의 이야기. 그것이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촌마을을 찾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이 마을의 간판 교체 작업은 2007년 3월부터 3개월간 진행되었습니다. 간판 제작비 1개당 40~50만 원으로 마을 사람들이 일부를 내고, 전주대 누리사업단에서 대부분의 사업비를 지원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상점 각각의 개성을 잘 살린 것은 물론, 간판 디자인 개선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면서 마을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건물 옥상에 흰 구름이 둥실 떠있습니다. 친절하게도 그 옆에 '흰 구 름' 이라는 글자가 세워져 있고 흰 구름 속에 '백운 약방, 정류소, 고농농약사'가 쓰여있습니다. 맞은편 가게 이름도 '흰 구름 할인마트'였습니다. 백운(白雲)면, 흰 구름의 마을, 이렇게 간단하게 마을의 모든 것을 표현 할 수 있는 것이 간판 말고 또 있을까요.

 

새가 날아듭니다. 살아 움직이듯 날개와 꼬리가 간판 밖으로 삐죽 솟아 있습니다. 새마저도 이삭을 물고 방앗간을 찾을 정도로 언제나 풍년인 마을. 그래서 이름도 '풍년 떡 방앗간'입니다.

 

원래는 흰 벽이었으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갈라지고, 검은 이끼가 낀 벽. 그 벽에 아무 꾸밈없이 가게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근대화 상회' 이 단어를 어떻게 이리 잘 표현해 낼 수 있을까요. 벽에 색칠을 하면 현대화 상회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 해야겠어요.

 

돼지가 그려진 '원촌 정육점'과 포클레인이 그려진 '합동중기' 사이에는 효심이 가득한 간판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늠름할 정도로 곧게 서 있는 매가 인상적인 '매 사냥, 무형문화재 20호' 간판.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아버지를 위해 부부가 가게 간판을 만들 때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지붕 위에서 흑염소가 놀고 호박이 자라는 '희망 건강원', 한 지붕 아래 세 형제가 살고 있는 것처럼 나란히 서 있는 '덕태상회', '대광철물', '육번집, 분홍색 택시가 그려진 '택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백운 농기계 수리 센터'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간판들이 시가 되고,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는 곳. 숲 속을 걸으며,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면 거기 아름다운 간판이 있는 곳. 누구든지 간판을 바라보고 말을 걸면 이제껏 듣지 못했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간판 마을 어디서부터 걷더라도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와 만날 수 있습니다.

 

 

출처: 본 내용은 대신그룹 사보 <대신 愛 가득> 9+10월호의 'travel & leisure | 마을, 점과 선이 아닌 면과 입체의 여행' 칼럼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