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상처 받고 찾아가도 늘 반겨주는 자연. 노(NO)를 할 줄 모르는 자연.
나약하고 상처 받은 인간에게 자연은 놀라운 치유의 힘을 발휘합니다.
한때 이데올로기 때문에 어두운 감옥 생활을 하였던 분들에게 대자연은 상처를 어루만져 줍니다.
남다르게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남모르는 진한 아픔의 얄팍한 보상인가요.
이데올로기 때문에 감옥 생활을 한 특이한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성공회대 석좌교수인 신영복 작가는 68년에 통혁당 사건으로 20년 20일을 감옥 생활 하고 88년에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였습니다. 그 후에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하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엽서", "강의" 등의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전우익 작가는 해방 후 '민청'에서 청년 운동을 하다가 사회안전법에 연루되어 6년 남짓 징역을 살았습니다. 그 후 고향인 경북 봉화에 내려가 자연에 순응하며 농사를 짓고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 "사람이 뭔데" 등의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冊vs冊은 비슷한 인생 이력을 가지고 자연에 대해 사색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신용복 교수의 "나무야 나무야"와 전우익 작가의 "혼자 잘 살믄 무슨 재민겨"로 낙점했습니다~^^
감옥에 있는 사람에게는 독보권(獨步權) 이라는 특별한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혼자 걸을 수 있는 권리.
20년 20일을 감옥 생활을 하고 조국 강산을 돌아 본 감회가 어찌 남다르지 않겠습니까. 풀 한 포기, 흙 한 줌이 정겹고 새롭고 경이로울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히 보았던 산천에서 작가는 깊은 사색을 토해내고, 손수 그린 단순하면서도 선 굵은 그림을 선보입니다.
신영복 교수는 표지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하는 무감어수(無鍳於水)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을 거울로 삼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만 그것이 바로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경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어인(鍳於人).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작가는 농사일이야말로 창조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상업은 물건을 사고 파는 거고 공업도 있는 것을 모양만 바꾸는 것이지만 농사는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무엇을 만드니 얼마나 창조적입니까.
또,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사람이 자연에게서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욕심만 더 해 가는 현대인에게 작가는 자연에의 순응과 대지의 겸손을 배워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그간에 자연에서 터득한 지혜를 손자에게 전하는 듯 합니다.
내용 중에 한 대목.
'느티나무는 가을에 낙엽 진 다음 해마다 봄이 되면 새 잎을 피울 뿐만 아니라 껍질도 벗습니다.
누에를 쳐 보니 다섯 번 잠을 자고 다섯 번 허물을 벗은 다음 고치를 짓습디다. 탈피 탈각이 없이는 생명의 성장과 성취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탈피 탈각을 하지 못하면 주검이겠지요.'
현대인은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을 돌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사색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직접 가 볼 시간이 없다면 책으로라도 간접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색의 계절 가을에 남다른 혜안을 전하는 책을 읽으며 천천히 내면을 들여다 보자구요~~
다음 이야기는 현대 문명에 맞서 새로운 삶에 도전한 분의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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