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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보면 좋을 영화추천, 모모와 다락방 요괴들 - 정경엽의 영화읽어주는 남자


 

모처럼 쉬는 날입니다. 한 주 내내 일과 야근과 술에 찌든 몸은 휴식을 원하지만 애들은 모처럼 아빠가 집에 있는 날인지라 은근히 밖에 나가 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아빠가 집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가풍(?)인지라 대놓고 이야기는 못하고 은근슬쩍 저를 떠보는 눈치입니다.

 

이런 날 제가 선택하는 방법은 애들과 같이 영화를 보는 겁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지만 저는 괜찮다고 생각되는 영화가 있으면 그것이 '몇 세 이상 관람'이라는 불편한 딱지가 붙어있어도 과감히 무시하고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봅니다. 물론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포함된 영화는 걸러 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생각지도 않은 질문을 만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을 찬찬히 설명해 주면서 제가 영화에 대해 새롭게 이해를 하곤 합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다시 보고 싶다고 하는 영화가 <완득이>입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지금도 가끔 "아빠~~ 완득이..!!"하면서 보여달라고 조르곤 합니다.

  

영화 완득이

 

 

이번에 아이들과 같이 본 영화는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음… 제목이 좀 기니 그냥 <모모와 요괴들>로 줄여 부르겠습니다. 오키우라 히로유키라는 66년생의 일본인 감독 작품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그의 프로필은 매우 단출하고 범상치 않습니다.

 

<공각기동대>의 디자인 담당, <인랑>의 감독… 제가 <모모와 요괴들>을 보면서 인상이 깊었던 것은 이제 50을 바라보는 감독의 정서가 참 맑다 것입니다.

 

아.. 이 감독의 내공이 정말 만만하지 않겠구나… 이 영화를 본 후 저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섬으로 건너온 11살의 여자아이가 겪는 일상, 불안, 갈등, 화해, 성장의 여정과 그리움의 정서를 '다락방의 요괴'와의 관계를 통해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그런데 여러 사건을 통해 표출되는 그 감정들이 크게 요동치거나 격하게 표출되지 않고, 정말 부드럽게, 맑은 녹차 한잔을 마시는 여운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영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때묻지 않은 섬마을의 약간 비릿한 듯, 그러면서 그리움으로 가득한 공기가 몸을 감싸면서 기분을 들뜨게 만듭니다.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저 같은 경우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란 첫 번째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컬러TV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일본의 다양한 만화영화를 TV에서 접하면서 자랐죠…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1978년 첫 방영된 <미래소년 코난>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체 재방송을 많이 해서 요즘 젊은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는 만화영화인데요… 세계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히야오'의 작품입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코난의 발가락 힘은 정말 엄청 났었습니다. 예전에 '코난한다!'라는 소리가 동네 골목길에 울려 퍼지면 그 많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동네가 갑작스런 적막에 빠져들곤 하던 기억이 납니다.

 

  

미래소년 코난

머리가 조금 커지면서 애니메이션 보다는 인쇄된 만화에 몰두했죠… 당시 이현세, 허영만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대표 만화가의 만화는 대부분 섭렵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본 만화로 넘어갔는데, 특히 스포츠 만화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아다치 미츠루 <H2> <터치>인데, 항상 같은 캐릭터에 비슷한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 오릅니다.

  

챔프 코믹스 H2


혹시 전 세계 애니메이션의 상당 부분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시나요? 미국, 일본의 상당수 애니메니이션이 우리 나라에 하청을 주어 제작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나라의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단가가 올라가면서 동남아나 중국으로 갔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섬세한 기술의 가치가 높아져 우리 나라로 유턴하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그런데 이런 하청 제작에만 치중하던 우리 나라에 이단아가 나타나죠. 바로 한국 토종 캐릭터로 무장한 <뽀로로>입니다. 뽀로로의 기획자인 최종일씨가 얼마 전에 <집요한 상상>이라는 책을 내었죠.

 

이 책에서 '애니메이션은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다' 라는 문구를 봤습니다. 가슴이 뜨끔해지더군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생각하면서 항상 아이디어나 감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는데, 철저하게 계산된 기획이 없이는 실행하지 말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저로 하여금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뽀로로 집요한 상상

 

 

 

샐러리맨에게 있어 기획이란 무엇인가, 보고서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답을 주는 만화가 있습니다.

윤태호씨의 웹툰인 <미생>이라는 작품입니다. <이끼>로 유명한 윤태호씨가 아직 연재 중인 <미생>이라는 웹툰 39회에 보면 '왜 보고서를 쓰는가?'라는 주인공의 질문에 이런 답이 나옵니다.

 

 

'첫째, 보고서는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쓴다.

 둘째, 여러 사람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쓴다.

 셋째, 여러 사람을 계속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쓴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보고서를 쓰기 위해 스스로가 그 내용에 설득되어야 한다.'

 

 



미생

 

 

 

머리를 한대 또 맞았습니다.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그 동안 내가 쓴 보고서들을 다시 한번 들추어 보았습니다.

얼굴만 화끈해지더군요. 반성 많이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웹툰입니다.

다만 아직 연재가 끝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는 다음 연재를 기다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특히 <미생>은 일주일에 한번 올라오니까 정말 기다리다가 갑갑증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이런 분들은 단행본으로도 나왔으니까 그 쪽을 추천합니다.

 

이야기가 많이 옆으로 흘러갔는데요… 이번 주말, 아직 <모모와 요괴들>을 보지 못했다면 아이들과 함께 보는 것은 어떨까요…

혼자 보기에도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일 혼자 보실 생각이라면 더빙판은 절대 보지 마세요.

 

요괴들 중에서 '이와'와 '카와'의 목소리를 인기 개그맨 김준현씨와 양상국씨가 맡았는데 몰입을 방해합니다.

그냥 인기 있다고 비전문가에게 목소리 연기를 맡겼을 때의 참상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자막판으로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즐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맥주 한잔 옆에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