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클로즈 앤 퍼스널 – 내 삶의 스토리
거실의 쇼파에 앉아 있어도 습기가 느껴질 것만 같은 장마철이 지나 이제 조금은 선선해진 모양입니다.
모처럼 토, 일을 모두 쉬는 온전한 주말을 맞이했지만 비를 핑계로 집에서 리모콘족이 되었습니다.
채널을 돌리다가 문득 낯익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 로버트 레드포드… 한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배우의 주름 가득한 얼굴이 화면에 클로즈 업 되더군요.
뒤이어 등장하는 미셀 파이퍼… 한때 저의 로망을 다시 보다니… 영화는 "업 클로스 앤 퍼스널"이었습니다.
1996년 존 애브넛이 감독한 작품으로 전형적인 미국인의 성공스토리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다른 영화의 미셀 파이퍼도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미셀 파이퍼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발의 금발머리, 특유의 미소, 고집스럽고 도시적이며 지적인 이미지,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눈망울…
영화는 성공영화의 전형적인 요소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음… 제가 줄거리를 요약해 드리면 좋겠지만, 이미 네이버에 검색을 해 보면 잘 정리된 줄거리가 많죠…그 중 하나를 빌리면…
"아란나 내쉬(Alanna Nash)의 원작 '골든 걸(Golden Girl)'을 바탕으로 시골 출신의 야심 만만한 여성이 최고의 앵커우먼으로서의 꿈을 성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방송국이라는 배신과 음모로 가득찬 냉혹한 세계로 갓 입사한 풋내기 방송 리포터가 한물간 왕년의 유명 뉴스 프로듀서를 만나면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은 시작된다. 소극적이고, 비사교적인 성격의 탤리가 한 남자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되찾음과 동시에 뉴스 앵커로서 성공하는 과정을 섬세하지만 스피디하게 펼쳐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얼굴로 얘기되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쉘 파이퍼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었다. OST 앨범에는 없지만 셀린느 디옹(Celine Dion)이 부른 주제곡 "Because You Loved Me"가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감독의 안정된 연출도 좋지만,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셀 파이퍼의 훌률한 연기, 탄탄한 스토리가 정말 잘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2시간이 금방 지나가죠…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뉴욕 최고의 앵커로 성장한 탤리(미셀 파이퍼)가 워렌(로버트 레드포드)를 회상하며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그 자리에서 탤리는 말합니다.(무척이나 느낌이 팍팍 오는 대사인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삶의 스토리를 진실되게 전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삶의 스토리라… 영화가 끝나고 베란다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어떤 스토리를 쓰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씩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로 풀면 대하소설로도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고, 듣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풀어보려고 하면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냥 하루 하루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하염없이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슴이 먹먹해 지더군요…
식객 – 뜨거운 사람이 되길 바라며..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어 책장에서 무심결에 집어 든 책이 허영만의 만화 <식객 3>…
숯 이야기가 나옵니다. 숯 만드는 젊은이가 숯불을 앞에 두고 나지막하게 주인공 성찬과 진수에게 묻습니다.
"두 분은 어떤 사람이죠?"
그러면서 오버랩되는 안도현의 시 한구절…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중략)
이 시가 왜 그렇게도 잔잔한 떨림으로 다가왔을까요…
나는 나에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또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줄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도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온기를 전달하는 참숯 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우리는 모두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싶어합니다. 그 치열함의 궁극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뒤돌아보았을 때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만족할 수 있기를 바라겠죠. 오늘 이 하루도, 지금 이 순간도 치열함의 연속이기를 빌어봅니다. 더불어 그 삶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남에게 은근한 온기를 전해줄 수 있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마치 참나무로 만든 숯처럼…
참나무는 제 몸을 태워서
숯이 된다.
숯은 참나무의 주검이다.
그 주검이 다시 자신을 활활 태우면
불은
그 힘 두 배로 강해진다.
주검을 다시 태워 그 불덩이 위에
돼지와 고등어가 올라 앉아서
제 살을 태운다.
주검이
주검을 지글지글 태우는
둘레에 늘어앉아
사람들은 하루의 허기를 채운다.
(정숙 '숯'……… 허영만 <식객> 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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