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주말에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매트릭스 1~3편을 연속으로 방영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정말 예전에 전율을 느끼며 보던 영화라, 놀러가자고 보채는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거실에 죽치고 앉았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캔맥주도 하나 꺼내오고… 미리 담배도 하나 태웠습니다…
아, 영화보면서 맥주 마시는 걸 아주아주, 그리고 많이 좋아합니다.
아마 맥주 마시면서 영화보라고 하면 밤 새우는 것은 일도 아닐 겁니다.
뭐, 보신 분이 너무나 많을 테니 영화에 대한 소개는 필요없을 듯 합니다.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이었죠…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어떻게 인간의 머리 속에서 저런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하고 감탄을 하게 됩니다. 매트릭스는 SF액션 영화로도 훌륭하지만 철학적인 영화로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반기독교적인 영화라 하여 관람 금지 이야기도 나왔을 정도로 그 내재적인 의미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죠…
매트릭스의 메인 이슈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세상이 정말 실제인가… 하는, 매우 현학적인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수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쾨쾨묵은 이슈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죠.
사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누군가의 꿈 속에서 존재하는 세계가 아닐까, 또는 진짜 나는 지금 자고 있고 현재의 나는 꿈 속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종교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이 묻어 나옵니다.
기독교에서는 현세에서의 믿음을 바탕으로 죽어 영생을 얻는다고 합니다. 실체는 영생을 얻는 영혼(?)이라 할 수 있죠.
불교에서는 억겁의 세월을 통해 윤회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생이나 현생에서 나타나는 사물은 사람일 수도, 동물일 수도 있습니다. 현생의 나는 윤회의 과정에서 잠시 나타나는 존재일 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 이 세상에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말고 다음 세상을 위해 덕을 쌓으라고 이야기 합니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사람의 번뇌는 집착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더 높이 올라가려 하는 욕심과 집착에 빠지는 순간 만족과 행복은 사라지고, 불행에 빠진다고 하죠…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그러한 경지까지 가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법정스님은 <무소유>라는 책에서 소유에서 오는 즐거움은 즐거움이 아니라 번뇌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소유를 하게 되면 집착을 하게 되고 집착을 하게 되면 번뇌가 시작되며 괴로움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많은 것을 소유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성을 쌓게 되면 그 성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게 되는거죠..
성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징기스칸이 생각납니다. 요즘 '스포츠조선'을 보면 허영만 화백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라는 만화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꼼꼼하게 챙겨보는 만화인데요, 일단 재미있습니다.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몽골의 초원을 통일하고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하나로 묶은, 세계 최고의 정복군주입니다. 단순하게 전쟁에서 승리한 군주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사람의 믿음을 얻은, 지혜로운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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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칸이 죽으며 후계자인 아들에게 유언을 남기죠. 몽골은 몽골의 모습을 지켜야 한다. 만일 우리 몽골사람들이 다른 나라처럼 성을 쌓고 그 안에 들어가 지키기 시작한다면 몽골제국은 결국 망하고 말 것이다. 후일 중국의 한족의 습성에 물들어 가던 원나라는 200년을 버티지 못하고 몽골의 초원으로 쫓겨갑니다.
결국 사람이던 국가이던 간에 많은 것을 얻은 후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는 진리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매트릭스로 돌아가 볼까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은 앤더슨 역할을 맡고 있는 키아누 리브스입니다. 때로는 깨달음을 구하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세상을 구하는 구세주의 모습으로, 악과 싸우는 영웅의 모습으로 영화 곳곳을 누비고 다닙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죠. 그런데 매트릭스의 세계관은 운명론적인 세계관입니다. 매트릭스의 인간은 복제되고 배양되어 프로그램된 채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매트릭스 밖의 인간들은 매트릭스와 치열하게 싸워 나름의 승리와 평화를 가져오지만, 매트릭스 3편-레볼루션의 맨 끝을 보면 결국 매트릭스의 세계나 키아누 리브스의 승리 모두 예정되어 있는 것이며, 그러한 과정은 여러 번 반복되어 온 윤회적인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미래가 결정되어져 있는 운명이 아니라 그러한 운명을 만든 이(신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에게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는 엔딩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매트릭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 중에서 매트릭스 3편-레볼루션에 나오는 APU군단장인 뮤핀함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매트릭스의 공격 무기인 센티넬이 인간들의 마지막 희망의 공간인 시온을 압도하는 가운데 이미 패배할 것이라는 운명을 알고서도 거기에 강력하게 맞서는 캐릭터입니다. 시온의 천정을 가득 뒤덮은 센티넬의 파도를 향해 APU군단의 기관총이 불을 뿜는 장면은 정말 압권입니다. 센티넬로 상징되는 운명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를 제가 제일 좋아한다고 하니까, 저희 집사람은 저한테 마초적인 기질이 엿보인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마초적인 냄새가 나긴 하는데… 그래도 좋은걸 어떡하나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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