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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진실 2편 - 장규리의 미술세상

지난 번 글에 이어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는 바로 미술작품 속에 나타난 강아지의 여러 모습들에 관한 사연입니다.

나라에 따라, 흐르는 시간에 따라 신의 화신으로, 때로는 악마의 또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며 많은 부침을 겪었던 고양이와는 다르게 강아지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거의 일관된 양상을 보입니다.

 

 

 

 

지난번 고양이 편에서 보여드린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 티치아노의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입니다.

 

1500년대, 우르비노의 공작, 귀두발도가 당대에 이름난 화가 티치아노에게 친히 주문한 그림으로 공작과 그의 아름다운 부인 줄리아 바라노와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입니다. 옷을 입지 않은 아리따운 여인은 호사스러운 침상에 누워 관람자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미녀가 누워있는 하얀 매트는 순결함을, 침상의 선홍색과 여인이 들고 있는 장미는 사랑의 정열을 내포한 상징물입니다.

 

발치에 자리한 귀여운 강아지는 부부간의 충성, 현숙한 여인이 마땅히 갖춰야 할 정절을 의미하는 동물전라의 모습으로 묘사된 여인으로 인해 언뜻 보면 속된 그림으로 보일 수도 있을 화폭에 '우아한' 관능미를 부여 합니다.

 

 

 

 

16세기 플랑드르 지역의 이름난 화가였던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혹은 아르놀피니의 결혼식이라 불리는 작품 역시 우르비노의 비너스와 유사하게 여러 상징물을 통해 작자의 의도를 드러냅니다. 유대인 상인이었던 아르놀피니와 아리따운 부인의 모습 (일설에는 이 그림 자체가 두 사람의 결혼식을 나타낸 것이라 보기도 합니다.)을 묘사한이 작품에서 얀 반 아이크는 두 남녀의 결합을 의미하는 상징하는 여러 사물들을 표현했습니다.

 

아르놀피니 머리 위의 초는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지혜, 혹은 부부가 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맹세를, 화폭의 중앙에 자리한 거울 우측에는 임신을 관장하는 성녀 마가렛의 조각이 놓여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작품의 우측하단에 자리한 강아지인데요. 남편에 대한 부인의 헌신과 정절을 의미하는 동물인 개를 묘사함으로써 작품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양의 미술작품에서 표현된 강아지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동양의 미술작품에 묘사된 강아지 역시

매우 긍정적인 이미지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이 그림은 조선시대 이름난 풍속화가였던 김두량의 삽살개입니다. 삽살개는 경상도지방에서 주로 길러진 우리나라 고유의 견종으로 신라시대에는 특히 귀족들이 즐겨 길렀다고 합니다. 삽살의 삽은 쫓다, 살은 귀신, 액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이름과 같이 실제로도 매우 용맹하고 충성심이 강해 선호되던 토종개입니다.

 

비단 삽살이 뿐만 아니라 나무와 함께 그려진 개 그림의 경우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의 기능과 더불어 도둑을 몰아내는 효력을 지닌 것으로 여겨져 널리 애호되었습니다.

 

수 십 만년 전, 처음 인간에 길들여진 이래로 항상 인류 역사 속에 존재해왔던 개. 오랫동안 변치 않는 마음, 충성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강아지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