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농을 생각하며 – 강병구의 증권맨이 가꾸는 주말농장
'음력 이월 초하루를 달리 부르는 말', '농업이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산업이었을 당시 농업인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증산의욕을 높이기 위해 지정한 날로써, 모내기 적기에 맞춰 행해지던 행사', 네이버 지식백과와 뉴스 기사에 나오는 권농일에 대한 설명이다.
이처럼 모내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일손이 모자라는 농가를 찾아 함께 모내기를 하면서 풍년을 기원하는 이 행사는 1984년 매년 5월 넷째 주 화요일에 '권농일'로 정식 지정된 이래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농업기술원, 농업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들은 5월 마지막 주에 일제히 권농일 기념 모내기 행사를 했다. 아마도 5월 말 즈음이 모내기 적기였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어린 시절의 추억 중 하나는 바로 모심기 하는 날. 그 날은 온 동네 사람들의 일손이 다 필요했었다. 허리를 굽혀 일하다가 중간에 쉴 때엔 새참을 먹었는데, 그 때 먹었던 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요즘에는 기계를 사용해 한 두 명만 있어도, 예전에 2-30명이 함께 했던 일 이상을 하는 것 같다.
작년에 보관해두었던 볍씨를 고르고 모판에 뿌려 싹을 틔우고 적당히 자라서 모내기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의 손길이 닿았을까?
이제 논에 심었으니 그저 자랄까?
너무 가물어도 걱정, 너무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논에 물을 많이 가두어 주어야 할 시기도 있고 바짝 말려야 할 때도 있다.
무럭무럭 자라기만 하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너무 빨리 웃자라면 작은 태풍에도 다 쓰러져 수확량이 확 줄어 드는 경우도 있고 잘 된 농사가 수확 직전 폭우로 인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기시기마다 적당한 관리가 있어야 하며, 자연의 도움까지 받아야 비로소 나락(벼의 방언)이 열리고 수확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다.
우린 분명 과학의 시대,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모두가 편안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기계의 발달로 농사일이 많이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된 노동이 많다. 그 어렵고 힘들고 고된 일을 멀리한 결과,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 다수가 수입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주식인 쌀 자급력은 충분하다고 하지만, 공산품 수출을 위해 양보하고 양보한 결과로 주식인 쌀도 점점 수입하기 시작했으며 쌀을 제외한 우리가 먹는 음식의 대부분(하루 세끼 중 두 끼 이상)도 수입품이다.
증권맨의 눈으로 보면, 수익성이 더 나은 분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시대가 변하면 필요도 달라지고 가치관도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주식인 쌀도 그런 것 중 하나 아닐까?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나 투입 자본당 수익 같은 개념만으로 설명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근본적으로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우리가 먹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경제 문제보다 우선 순위에 두어 해결해 놓고 다른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복잡 다양한 경제,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최우선 순위에 먹을 것에 대한 문제를 두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귀농∙귀촌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농업, 농촌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의 변화에서 오는 귀농∙귀촌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모를 다 심었지만, 일은 이앙기 작업을 해준 동네 형님이 다 했다.
겨우 잔 심부름만 했을 뿐인데 하루가 어찌 지났는지 모르게 또 주말 농부의 하루가 지나갔다.
논에 모를 다 심고 나니 지난주 밭에 심은 수세미, 여주가 궁금해져서 밭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풀밭인지, 무슨 밭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지난 주에 구경하러 왔던 친구는 쑥 캐면 좋겠다고 했는데 쑥은 내가 키우는 작물이 아니고 그냥 자라 주는 작물이다. 시간만 많으면 쟤들 캐다 쑥떡도 해 먹겠다.
저렇게 잘 자라는 작물들이 많은데 나는 왜 씨를 뿌리는 걸까? 욕심이겠지.
내가 키워 먹고 싶은 걸 키우겠다는 욕심. 다른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되는대로 자연스럽게 두어도 될 걸 괜히 내 욕심 때문에 내가 가지고 싶은 것으로 줄을 세우는 건 아닐까? 그나저나 저 새싹은 여주일까? 수세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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