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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필진 칼럼/여행/캠핑/맛집

좋은 건축을 짓고, 살고, 행하다. 몸, 앎, 삶의 일치, 훈데르트바서

 


  

  기실 좋은 건축은 무엇일까요? 지금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건물을 짓고, 부수고, 꾸미는 

  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친환경 자재를 활용한 친환경 건축을, 안락을 제공하는 최첨단 초고층 아파트를,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는 패시브 하우스를 좋은 건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온 생애를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바친 예술가, 삶이 자연이었던 훈데르트바서를 통해 좋은 건축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 좋은 건축의 기준을 묻고 답하다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 초입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거대한 덩치에, 붉은 벽돌 패널이 엄청난 면적으로 키를 세운 건물 때문이죠.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강남 교보타워’(2003)가 바로 그 건물입니다. 마치 특징 없는 도심 한복판을 점령한 듯한 정복자의 근성이 엿보여, 폭력적이란 느낌마저 들곤 하는데요. 마리오 보타는 어느 인터뷰에서나는 새로운 지역에 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거대한 퍼포먼스가 필요했을 뿐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공존이 아닌 기괴한 독존의 얼굴로 자리한 그 건물을 우린 어떻게 마주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강남 교보타워는 늘 저에게 좋은 건축의 기준을 고민하게 합니다.

 

도시 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집합 주택을 세상에 선보인 르 꼬르뷔지에의 꿈은 한 세기를 건너 대한민국에서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누군가는 대한민국을아파트의 나라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와 획일화된 고층 건물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높거나, 무조건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만을 선호하는 세태 속에서 안도 다다오, 누벨, 자하 하디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대한민국으로 몰려들고 있는데요. 과연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어 올린 건물이 좋은 건축의 기준이 만할까요? 거기에 우리의 삶이, 자연이 깃들어 있나요?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 폐허 속에서 틔운 새싹, 훈데르트바서를 만나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훈데르트바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통한 보다 나은 세상만들기에 앞장선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입니다. 2010 12, 오리지널페인팅, 건축 모형 작품, 오리지널 그래픽, 태피스트리 등 대표 작품 총 120 점을 선보인 훈데르트바서 작품전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름에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에 흐르는 개의 이란 뜻을 담고 있는 훈데르트바서는 강렬한 보색에 나선의 이중 움직임 격하게 표현하며,색채의 마술사 통하는데요. 자연을 사랑했던 그가 개명하여 얻게 된 이름이라고 하니, 그의 자연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죠? ^^

 

그의 그림에 나타나는 식물적 성장과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은 아이들의 그림처럼 자유분방하며, 묘한 울림을 자아낸답니다. 물을 좋아하고, 잿빛 하늘을 한없이 자연에 가까운 오브제로 여겼던 그는 2 세계대전 당시 파괴된 도심의 건물 잔해 속에서 피어난 새싹을 접한 자연정신주의(Natural Spirit) 화두로 작품활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설명: 우리를 보호해주고 공간을 제공해 주는 집을3 피부라고 표현했던 그는 식물의 공간을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자신이 디자인한 모든 건물의 옥상과 마당, 계단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식물을 심었습니다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세계는 다섯 개의 피부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피부는 표피, 2 피부는 의복, 3 피부는 인간의 , 4의 피부는 사회적 환경과 정체성, 5 피부는 환경과 생태주의입니다. 다섯 개의 피부가 궁극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뤄 인간성 회복에 기여한다는 이론이죠. 이러한 훈데르트바서의 철학과 회화는 고스란히 건축과 그의 삶으로 옮겨갔습니다.

 


#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꿈꾸다


화가로 출발한 훈데르트바서가 건축 디자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기능과 실용성에 바탕을 현대 건축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진정한 건축이란 사람들이 공간에 이사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건축과 사람의 관계 맺음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1967 독일 뮌헨에서의 나체 연설은 관념적인 건축을 거부하는 훈데르트바서의 세계관을 드러냅니다. 당신은 자연에 잠깐 들른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세요라며 진정한 땅의

인은 나무임을 주장했고, 땅을 차지한 건물 옥상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의 건축물은 시간에 따라 점점 자라나는 생명체와도 같은데요. 나무와 풀을 품고, 지붕은 다시 땅이 되어 나무들이 자라는 푸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건축은 네모다 통념을 깨뜨리며 모든 건축물에 자연에서 만들어진 곡선을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유기적인 물의 흐름, 바람의 , 빛의 움직임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한 것이죠.

 

 


[이미지 출처: blog.naver.com/jj_bonbon]

 

이렇게 동화적이며 자연 친화적인 훈데르트바서의 건축은 그의 고향 빈에 위치한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스피틀라우 지역에 위치한 쓰레기 소각장, 친환경 관광단지로 개조한 블루마우 온천마을등으로 대표됩니다.

 

특히 1986년에 지어진 시영아파트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국적 불명의 현대 집단주택을 지양하고, 현대인들의 로망, 왕이 살던 위엄 있는 왕궁과 같은 대중의 집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강렬한 색채와 각양각색의 창틀, 그리고 복도와 지붕 정원, 윈터 가든 다양한 곡선들이 춤추듯 우아하게 부려집니다. 아름드리나무가 건물 벽을 뚫고 외곽으로 자라나는 풍경에서는 아찔한 경외감마저 정도랍니다^^ 또 블루마우 온천마을은 옥상과 지면이 하나로 연결되고, 서로 다른 2,200 개의 창문이 영혼을 갖고 있답니다. 그렇게 훈데르트바서는 직선 대신 곡선, 끝없이 순환하는 자연을 닮은 나선형 이미지, 환상적인 원색의 색채 감각으로 그의 친환경 건축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 몸, , 삶의 일치를 우리에게 전하다


훈데르트바서는 평생 그루의 나무처럼 살기를 원했습니다. 비단 그림과 건축뿐만 아니라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이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훈데르트바서. 그는 우리에게 , , 삶의 일치 전합니다. 몸이 있는 곳과 내가 아는 , 그리고 내가 살아갈 모습을 일치시키는 을 말입니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란 화두를 그림, 건축, 환경운동으로 밀고 나갔습니다. 자연은 그에게 삶이었던 것이죠.


[이미지 출처: vmspace.com]

 

저는 훈데르트바서를 이해하는 단초로 전북 무주의 공공건축을 손 꼽고 싶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기적의 도서관으로 널리 알려진 정기용 선생의 무주 공공건축 50 개를 만날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등나무운동장, 목욕탕이 들어선 안성면사무소, 담쟁이가 곧 벽화가 된 무주군청 등우리가 원하는 동시에 땅이 원하는 건축, 시대가 원하는 건축이자, 지구가 원하는 건축이란 감응의 건축물로 가득합니다. 정기용 선생은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의 핵심으로사람, 식물, 시간을 꼽았습니다. 훈데르트바서가 말하고자 한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오스트리아 빈을 넘어 대한민국의 무주에서도 싹을 틔운 것이죠.

 

결국 건축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배려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공간을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친환경 건축에 대한 관심은 반갑기만 합니다. 10 전부터 일본의 케미리스 하우스(친환경 자재만을 사용한 건물) 독일의 패시브 하우스(첨단 단열 공법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건물) 등이 국내에 들어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데요. 이제 허물고 짓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느끼며 친환경적 삶의 태도를 꾸려갈 있을 지가 관건이겠죠.

 

좋은 건축은 고유가 시대 연간 냉·난방비를 절약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여기 쾌적한 삶뿐만 아니라 후대의 환경적 영향까지 적극적으로 내다본 미래형 건물이어야 합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꿈꾸는 집의 초상도 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건축과 리모델링이 건물 골조 위에 새로운뭔가를 덮는 결과 중심이었다면, 이젠 과정에 담긴 공존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것이죠. 바야흐로 꼬르뷔지에의 집단주택의 꿈이 스러지고, 훈데르트바서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축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깊게 뿌리내리길 기대해 봅니다.

 

출처: 본 내용은 대신그룹 사보 <대신愛가득> March + April호의 culture & people l <훈데르트바서>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이원덕(칼럼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