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그의 죽음과 갑작스러운 권력 승계 구도는 국제정세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주식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죠. 갑작스러운 소식에 주식 시장은 매우 출렁였습니다. 큰 영향력을 가진 한 사람의 죽음이 주변 국가와 관계국들의 시장까지 영향을 준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유력가(有力家)의 죽음과 그에 따른 시장의 흔들림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유력가의 죽음이 모두 같은 결말을 맺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김정일, 알 카에다의 빈 라덴,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각기 다른 세 권력자들의 죽음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오늘은 서로 다른 세 유력자들의 죽음과 그에 따른 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해 볼게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죽음과 시장의 변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자의 사망 발표가 있었던 19일 코스피는 장중 9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26원 넘게 급등했고 국채 선물가격은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져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코스피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10.47포인트(0.57%) 내린 1829.49로 시작했으나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때 5% 가까이 급락한 1750.60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외국인은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 직후 매도량을 키워나가면서 시장을 급냉시켰습니다. 특히,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보다 충격이 더 커 장중 한때 8.80%까지 하락했다가 5.35%(26.97포인트) 급락한 477.61을 기록했죠.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하여 닛케이 평균주가는 1.26%(105.60포인트) 내린 8,296.12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방위업체와 라면과 생수 등 생필품 업체 주가는 치솟는 재미있는 모습도 연출되었죠.
이 사건은 김일성 전 국방위원장의 죽음과도 많이 비교되었는데, 지난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보다 지금의 시장 불안이 큰 것은 당시의 외환시장이 지금처럼 개방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과 후계자가 오래 전부터 정해져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즉, 김정일 위원장의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승계가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불러 일으킨 결과라고 할 수 있으며, 향후에도 안보 상황이 흔들리거나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면 우리나라의 시장은 매우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이후 시장이 평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희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빈 라덴의 죽음과 시장의 변화
지난 2011년 5월, 미국 9.11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왔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있었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져 한국 증시시장을 요동쳤다면 반대로 빈 라덴의 죽음은 미국과 세계 증시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달러화의 강세였습니다. 세계 권력이 점차 다극화 되면서 미국의 달러화가 조금씩 그 힘을 읽어가고 있었는데요, 빈 라덴의 죽음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반대로 금과 은 등 투자를 위한 상품가격이 하락하였습니다.
또한 유가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에너지, 화학 주들이 일제히 떨어지고 반면, 유가하락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 해운, 여행, 관련주들은 일제히 뛰는 현상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제한적인 상승의 모습만을 보였습니다. 보복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빈 라덴 사망 발표 직후에는 오히려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던 것이죠.
즉, 빈라덴의 죽음으로 테러 위협 가능성이 어느 정도 줄어들면서 불확실성이 감소되었지만, 반대로 보복이라는 불안요소도 떠올라 기대만큼의 큰 효과를 보이진 않았던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죽음과 시장의 변화
정치, 군사 분야 유력자가 아닌 경제 유력자는 어땠을까요? 지난 10월, IT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룩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죽음 역시 시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 26분기 연속하여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행진으로 엄청난 주가 상승을 이룩했었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죽음 이후 애플의 주가는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습니다. 잡스 사망 이후 발표된 2011년 3분기 실적(7~9월)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급락한 이후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지리한 옆걸음질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에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다양한 호재까지 겹치며 삼성전자보다 주가가 더 떨어지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간 잡스의 병세 소식에 따라 주가가 요동쳤던 점, 잡스의 사망 직전 발표한 아이폰4S에 '잡스의 유작'이라는 이름표가 붙으면서 수요가 몰리고 이에 따라 주가가 재상승했다는 점 등 잡스 한 사람이 애플의 주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반면, 이것이 뉴욕 증시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개인과 시장을 따로 보려는 미국 사회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 8월말 후계자 승계도 끝났고 앞으로 수년간 애플사의 사업계획도 이미 확정되어 있다는 사실도 불안요소를 줄이는데 한 몫 했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알렉산더 벨, 토마스 에디슨, 헨리 포드, 라이트 형제와 같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혁신기업인들의 사망이 해당 기업의 주가나 특정 산업,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답니다.
간단히 살펴본 유력가의 죽음과 시장의 변화, 어떠셨나요?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장이 흔들릴 것인가는 역시 그것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대비해 두었는가에 있는 것 같습니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죠? 시장만큼 이 말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곳이 또 있을까요 여러분도 언제나 '유비무환'의 정신과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가 함께 어우러지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 전략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수익을 창출하시기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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